퍼스트브랜즈·트리컬러 파산 여파
제퍼리스·美 지역은행주 동반 급락
비트코인 시세가 10만4000달러(약 1억5900만원) 아래로 하락하고, 나스닥 100지수 연동 ETF(QQQ) 선물은 1.4% 떨어졌다. 유럽 증시에서도 독일 DAX지수가 2%, 영국 FTSE지수가 1.5% 내리며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주요 원인으로 미국 은행권이 지목되고 있으며, 미국 투자은행 제퍼리스(Jefferies)를 비롯한 금융주가 급락했다.
연간 매출 7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제퍼리스는 16일(현지시간) 주가가 10% 급락했고, SPDR S&P 지역은행 ETF는 6.2% 하락한 데 이어 이날 추가로 2% 떨어졌다. 이는 지난달 파산을 신청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퍼스트브랜즈(First Brands)의 부채 구조가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퍼스트브랜즈는 총 116억달러(약 16조2400억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퍼리스는 펀드 및 직접 투자를 합쳐 7억6000만달러(약 1조640억원) 규모의 익스포저(투자 노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들도 연루돼 있으며, 자이온스 뱅코퍼레이션(Zions Bancorporation)은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상각 처리했고, 웨스턴 얼라이언스(Western Alliance) 등도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퍼스트브랜즈의 파산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올해 여름 60억달러(약 8조4000억원) 자금 조달을 시도했으나, 투자자들이 회계 검증을 요구하며 투자를 거부했다. 이후 파산감시기구가 조사에 착수해, 퍼스트브랜즈가 동일한 미지급 송장을 담보로 여러 은행에서 중복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담보 중복 사기’ 혐의를 제기했다.
퍼스트브랜즈는 이미 과중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파산 시점은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업체 트리컬러(Tricolor)가 파산한 시기와 겹쳤다. 트리컬러는 히스패닉 시장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았으며, 텍사스 매장에 멕시코 국기를 게양하고 스페인어 음악을 트는 등 지역 특화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대규모 추방과 이민자 소득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일각에서는 트리컬러 파산을 ‘경제 하위층의 조기 경고’로 해석한다.
트리컬러의 부채는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하며, JP모건체이스는 1억5000만달러(약 2100억원) 규모의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 최고재무책임자 제러미 바넘은 “평소 개별 차입자에 대한 노출 규모는 공개하지 않지만, 이번 사안은 관심이 커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퍼스트브랜즈를 트리컬러와 같은 범주로 본다”며 “유사한 사례가 몇 개 더 있다”고 밝혔다.
CNN은 “이번 사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대공황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으며, 신용평가사 모닝스타는 “트리컬러의 파산은 개별 기업의 문제로,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120억달러(약 16조8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결코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두 기업 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통점은 모두 은행권 대출과 연계된 상업 차입 부문이라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대출 부문은 경기 침체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며, 실제 파산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경제 상황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 행정부가 경제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퍼스트브랜즈의 대형 파산이 발생했음에도 주류 언론이 이를 간과했고, 정치 이슈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논란’ 등 정치적 논쟁으로 경제 문제를 덮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퍼스트브랜즈와 트리컬러 사태 이후 지역은행과 투자은행 주가는 연쇄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며, 금융 불안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는 양상이다.
은행주가 흔들릴수록 이론상 비트코인에는 호재로 여겨질 수 있으나, 현재 비트코인은 여전히 변동성이 커 안전자산 역할을 하기에는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대신 채권 가격이 상승하며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졌다.
다만 은행권 불안이 확산될 경우 금과 비트코인이 모두 대체 자산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금은 주로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보유되고 있으나, 은행 시스템과 연결된 중개 구조로 인해 개인의 안전자산 역할은 제한적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은행 시스템 외부에서 유통된다는 점에서 상업은행의 대체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는 또한 러시아·중국 등 일부 중앙은행이 ‘자기보관형’ 금 보유를 확대하고 있으나, 비트코인은 ‘자유도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은행권 불안이 현실화될 경우 비트코인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2023년 3월 발생한 은행 위기 당시 상당한 예금 보호 자금을 소진했으나, 현재까지는 그 수준의 위기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대형 금융위기로 번질 조짐은 없다고 보면서도, 은행주 실손과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